1. 이집트 미술
어떤 사물을 조각이나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할 때 이집트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아름다움에 앞서 완전함이었다. 그림에 들어가야 하는 모든 것을 엄격하게 정한 규칙에 따라 그리고 영원히 보존하는 것이 미술가의 과업이었다. <네바문 정원>은 이것을 잘 보여준다. 테베의 고분벽화인 네바문 정원은 나무들의 생김새와 특징은 측면에서 보아야만 명확할 것이고 연못의 형태는 위에서 볼 때 분명해지므로, 나무는 측면에서 본 것처럼 연못은 위에서 본 것처럼 연못 속 물고기와 새들은 옆모습으로 그림으로써 모든 사물의 특징이 잘 나타날 수 있는 각도에서 그려졌다. <헤지레의 초상>은 이러한 관념이 인체의 표현에 어떻게 적용되었는가를 보여주는데, 머리는 측면이 가장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옆모습으로 그렸다. 그러나 우리가 인간의 눈을 생각할 떠난 대개 정면에서 본 것을 기억하기 때문에 측면 얼굴 모습에 정면에서 본 눈이 그려져 있다. 어깨와 가슴은 정면에서 그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나고 있다. 그래야만 두 팔이 몸에 어떨게 붙어있는지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집트 미술가들은 양쪽 발을 시각화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엄지발가락부터 발등으로 연결되는 분명한 윤곽선을 선호하였다. 그래서 두 다리는 안쪽에서 본모습으로 그려져 부조에 나오는 사람은 마치 왼쪽 다리가 두 개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집트 미술가들이 인강의 모습이 실제로 이렇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인간 현태 속에 그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모든 것을 다 그려 넣어야 한다는 규칙을 철저하게 따랐을 뿐인 것이다. 이런 규칙을 엄격하게 준수하는 것은 원근법으로 단축되거나 잘려 나간 팔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죽은 사람에게 필요한 제물을 가져다줄 수 있거나 받아올 수 있을까 하는 주술적 의도와 관계가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이집트 양식은 대단히 엄격한 규칙들로 구성되어 있고 모든 미술가들은 그것을 어려서부터 배워야만 했다. 좌상의 경우 두 손은 무릎 위에 올려야 하며 남자의 피부는 여자의 피부보다 검게 칠하여야 한다. 모든 이집트 신들의 모습도 엄격하게 정해져 있다. 하능의 신 호루스는 매나 매의 머리 모양으로 그려야 하며 장례의 신 아누비스는 자칼이나 자칼의 머리모양(사자의 서에서 볼 수 있다)으로 표현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미술가들은 상형문자의 형상과 상징을 명확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쓸 수 있도록 배워야 되었다. 기존 규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사람은 가장 뛰어난 미술가로 추앙받았고, '새로운 것', '독창적인 것'은 요구되지 않았다. 피라미드 시대에 가장 훌륭하고 아름답다고 생각되었던 것들은 천년이 지난 뒤에도 계속 훌륭한 것으로 생각된 것이다.
2. 양식의 변화
유일하게 이집트 양식의 철칙들을 뒤흔들어 놓은 사람이 '신왕국'의 아멘호텝 4세이다. 그는 오랜 전통으로 숭상되어 온 많은 관습들을 타파했었다. 많은 신 중에서 그에게 있어 유일한 신은 최고의 권위를 가진 아톤(Atone)으로 그는 이 신을 숭배했고 태양의 모습으로 그리게 했다. 그는 이 신의 이름을 본떠서 자기 이름을 아크나톤이라고 불렀고, 그의 왕궁을 다른 신들을 믿는 사제들의 손이 미치지 않는 장소인, 현재 '텔엘아마르나'라고 불리는 곳으로 옮겼다. 그가 화가들에게 그리게 했던 그림들에서는 초기 파라오들의 그림에서 발견되는 엄숙하고 딱딱한 위엄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그 대신에 그가 태양의 신 아톤의 축복을 받으며 아내 네페르티티와 함께 자녀들을 사랑스럽게 껴안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그의 초상들 중에는 그를 못생긴 사람으로 표현한 것도 있는데 그것은 아마 그가 화가들에게 그를 인간적인 약점을 가진 사람으로 그리라고 허락하였거나 화가들이 그의 실제 모습을 주장했을지도 모른다. 이 아크나톤의 후계자가 투탕카멘이다. 이중 어떤 작품들은 여전히 아톤 종교의 현대적인 양식을 띠는 것들이 있는데 특히 가정적인 목가풍의 배경 속에 왕과 왕비를 그려 놓은 왕좌의 뒷면이 그러하다. 의자 위에 앉아있는 왕의 자세는 엄격한 이집트의 보수적인 미술 양식에서 벗어나 힘없이 축 늘어진 채 의자에 기대고 있고 그의 부인은 그보다 작게 그려지지도 않았으며 그녀의 손을 공손이 그의 어깨 위에 올리고 있다. 한편 왕금 공처럼 표현된 태양신은 아크나톤 시대처럼 또다시 그들에게 축복을 내리듯이 많은 손을 뻗치고 있다.